[에세이]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별, 그리고 사랑
도시의 밤은 너무나 밝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꺼지지 않는 가로등, 그리고 손안의 스마트폰 불빛까지. 우리는 빛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밝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정작 소중한 ‘빛’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시나요? 가끔 고개를 들어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드문드문 박힌 희미한 점 몇 개만 보일 뿐입니다. "요즘은 별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조승현 작가의 책 《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를 읽으며, 저는 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별을 볼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별을 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개울에 떼를 지어 움직이는 송사리를 발견하려면 한동안 물속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처럼, 얼마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눈을 뜨고 별을 찾기 전에 눈을 감아야 한다. 별이 한두 개밖에 보이지 않더라도, 가만히 기다리며 별빛에 집중하면 어느 순간 주변의 별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 조승현, 《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 중에서
어둠에 익숙해지는 시간, 암순응(暗順應)
우리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현상을 과학 용어로 '암순응'이라고 합니다.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가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고, 혹은 어둠을 응시하며 기다리면 서서히 사물의 윤곽이 드러나고, 보이지 않던 빛의 입자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작가의 말처럼 별을 보는 일은 이 '기다림'을 전제로 합니다. 눈을 부릅뜨고 당장 내 눈앞에 별을 내놓으라고 재촉한다고 해서 우주가 그 속살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눈을 감아야 합니다. 내 눈을 어지럽히던 인공적인 빛의 잔상들을 지워내고, 조급한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시간. 그 멈춤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밤하늘은 숨겨두었던 보석들을 하나둘씩 꺼내어 보여줍니다.
마치 송사리를 찾기 위해 맑은 개울물을 숨죽여 들여다보듯, 별을 보는 일은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고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사랑과 믿음, 별을 닮은 기다림
별을 보는 이치와 우리네 삶,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을, 그리고 사랑을 너무 쉽게 판단하곤 합니다. 첫인상이라는 찰나의 빛만 보고 상대를 규정하거나, 당장 내 맘에 드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관계를 포기해 버리기도 합니다. 눈을 부릅뜨고 "너의 진심을 보여줘"라고 다그치지만, 그럴수록 상대의 마음은 깊은 물속 송사리 떼처럼 더 깊이 숨어버릴 뿐입니다.
사랑과 믿음도 별과 같습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들에 익숙해진 눈으로는, 곁에 있는 사람의 깊고 은은한 빛을 볼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나만의 편견, 조급함, 그리고 이기심이라는 '세상의 불빛'을 잠시 꺼두어야 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먼저 판단의 눈을 감을 때, 상대방은 비로소 안심하고 자신의 마음속 별을 하나둘씩 켜기 시작합니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시간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눈을 감는 용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걱정거리로 밤을 지새울 때, 관계의 문제로 마음이 소란할 때, 억지로 답을 찾으려 눈을 부릅뜨기보다 잠시 눈을 감아보세요.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그 고요한 시간 사이로, 마치 별이 태어나기라도 한 듯 보이지 않던 해결책이 선명히 떠오르고, 저 멀리 느껴지던 사람의 진심이 눈앞으로 바짝 다가오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밤은 창문을 열고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눈꺼풀 뒤로 어둠이 차분히 내려앉기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마음의 눈이 맑아졌을 때, 다시 눈을 떠 하늘을 봅니다. 그리고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봅니다.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그 찬란한 별빛이, 당신의 마음속에도 쏟아져 내리길 바랍니다.
[에세이 요약 및 마무리]
* 핵심 메시지: 별을 보기 위해 어둠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듯, 사랑과 믿음, 그리고 삶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책 소개
조승현 작가
《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

“별은 늘 가만히 제 모습으로 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별’로 이해하게 될 줄 몰랐다.”
우리가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우주를 퍼센트로 계산하면 얼마일까? 답은 ‘5퍼센트’다. 나머지는 아직 관측하지 못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라는 미지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우리가 ‘우주’라고 알고 있는 우주라는 세계는 고작 ‘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이토록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지구는 티끌은커녕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자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지구를 세상의 전부처럼 여기며 하루하루 숨 가쁘게 살아간다.
만약 자신이 살아온 나날 중 하늘을 올려다본 시간을 계산해본다면 불과 몇 분, 심지어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늘 한번 올려다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지구 너머의 우주는커녕 자신이 지구라는 행성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별 볼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직장은 천문대, 직함은 ‘천문대장’이다. 여기서 ‘천문대장’이란 한 천문대를 대표하는 ‘(천문대의) 장長’이라는 뜻이다. 그는 천문대의 전체적인 관리뿐 아니라 천문대를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사직도 겸하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5년간 꾸준히 글을 써온 저자는 ‘제5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차지했고, 그의 첫 책 《천문학이 밥 먹여 주니》를 출간한 바 있다. 그의 두 번째 책 《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에서는 천문대의 일상과 “우주에 눈과 마음을 맞대며 발견한 반짝이는 순간들”, 별을 통해 삶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다.